관리실에서 근무하면서 전기요금에 관한 문의를 받으면, 이야기에 등장하는 가전은 거의 두 가지였습니다. 에어컨과 인덕션입니다. 하나는 여름 내내 오래 켜두는 기계이고, 다른 하나는 음식을 만들 때 강한 화력으로 쓰는 기계입니다. 어느 쪽이 전기를 더 많이 쓰는지 궁금해할 만합니다.
먼저 답부터 말씀드리면, 제품에 적힌 소비전력 숫자만으로는 어느 쪽의 전기요금이 더 많이 나온다고 정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어느 정도의 전력으로, 얼마나 오래 사용했는지 함께 봐야 합니다.
인덕션은 숫자가 크더라도 잠깐 사용할 수 있고, 에어컨은 상대적으로 낮은 전력으로 운전하더라도 여러 시간 켜둘 수 있습니다. 전기를 쓰는 세기와 한 달 동안 쓴 양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수도꼭지를 얼마나 세게, 얼마나 오래 틀었을까요?
전기를 수도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수도꼭지를 세게 틀면 물이 빠르게 나오고, 약하게 틀면 천천히 나옵니다. 하지만 수도요금을 생각할 때는 물줄기의 굵기뿐 아니라 얼마나 오래 틀어두었는지도 중요합니다.
전기도 비슷합니다. W나 kW는 전기를 쓰는 속도, kWh는 일정 시간 동안 쓴 전기의 양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1kW는 1,000W이고, 1kW의 전력으로 한 시간 사용하면 1kWh입니다.
계산식은 짧습니다.
전기 사용량(kWh) = 평균 소비전력(kW) × 사용 시간(시간)

예를 들어 아래처럼 사용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계산을 설명하기 위해 정한 것이며, 특정 제품의 실측값이나 일반 가정의 평균값이 아닙니다.
| 가전 | 가정한 평균 소비전력 | 하루 사용 시간 | 하루 사용량 | 같은 사용을 30일 반복하면 |
|---|---|---|---|---|
| 에어컨 | 0.6kW(600W) | 6시간 | 3.6kWh | 108kWh |
| 인덕션 | 2kW(2,000W) | 30분 | 1kWh | 30kWh |
이 조건에서는 순간적으로 전기를 더 세게 쓰는 쪽은 인덕션이지만, 하루와 한 달 동안 더 많이 쓰는 쪽은 에어컨입니다. 인덕션을 오래 사용하거나 에어컨을 짧게 사용하면 결과는 달라집니다.
그래서 소비전력 숫자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전기요금의 주범이라고 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물을 얼마나 세게 틀었는지만 보고, 하루 동안 쓴 물의 양을 맞힐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인덕션의 큰 숫자, 에어컨의 긴 시간
인덕션 제품 정보를 보면 3,400W처럼 큰 숫자가 적힌 제품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약한 불로 음식을 데우는 동안에도 그 전력을 계속 쓴다는 뜻은 아닙니다. 화력과 사용하는 화구, 제품의 출력 제어에 따라 달라집니다. 실제 제품 안내에서도 소비전력 표시와 화력 조절 기능을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LG전자 인덕션 제품 안내
에어컨 역시 켜둔 시간 내내 같은 전력으로 운전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버터 에어컨은 필요한 냉방 정도에 맞춰 압축기의 운전을 조절합니다. 더운 방을 식히는 때와 어느 정도 시원해진 방을 유지하는 때의 조건이 다르고, 날씨와 설정 온도, 방의 크기와 단열도 영향을 줍니다.
제품 사양을 볼 때는 냉방능력과 소비전력도 구분해야 합니다. 냉방능력은 얼마나 큰 냉방 일을 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값이지, 그대로 전기 사용량 계산에 넣는 숫자는 아닙니다. 제조사 에어컨 자료에서도 냉방능력과 소비전력을 별도 항목으로 표시합니다. LG전자 제품 카탈로그 — 에어컨 사양
앞의 표에서 굳이 ‘평균 소비전력’이라고 적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제품에 적힌 정격이나 최대 소비전력을 사용 시간에 그대로 곱하면 실제 사용량과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제품이나 앱에서 누적 사용량을 제공한다면, 지원 범위와 안내를 확인하고 그 값을 참고하는 편이 낫습니다.
사용량을 알아도 전기요금은 집마다 달라집니다
전기 사용량을 계산했다고 해서 곧바로 정확한 원 단위 요금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주택용 누진요금을 적용받는 집이라면 에어컨이나 인덕션 하나의 사용량뿐 아니라, 그달 세대 전체가 쓴 전기의 양을 함께 봐야 합니다.
이미 다른 가전으로 전기를 많이 쓴 집과 전체 사용량이 적은 집은 같은 양을 더 사용해도 추가 요금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적용 요금제와 할인 조건도 확인해야 합니다. 제주에서는 선택 가능한 계절·시간대별 요금제도 있으므로, ‘밤에 쓰면 무조건 싸다’거나 ‘1kWh는 언제나 얼마다’라고 단정하기보다 고지서의 계약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국전력 — 전기요금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전기요금이 걱정된다면 고지서에서 이번 달 사용량이 몇 kWh인지 먼저 찾아보세요. 그다음 에어컨을 하루 몇 시간 켰는지, 인덕션으로 얼마나 오래 조리했는지 적어보면 됩니다. 관리비에 전기 관련 항목이 여러 개라면 세대 사용량과 요금이 어느 항목인지 관리실에 확인해 보셔도 좋습니다.
에어컨을 켜도 되는지, 인덕션을 쓰면 요금이 크게 나오는지의 답은 가전 이름보다 우리 집의 사용 방식에 가깝습니다. 큰 숫자에 먼저 겁먹기보다, 실제로 쓴 양과 시간을 함께 보시면 전기요금이 훨씬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